즐거운 집
옛날 배나무 골 박 서방네 집은 아들딸이 많고 몹시 가난했는데도, 가족들이 모두 부지런히 일을 하며 집안이 아주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 서방네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집은 어쩌면 저렇게 화목하고 즐겁게 살까. 참 부러운 일이야."
이웃 사람들은 이렇게 칭찬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배나무 골 박 서방네 집과는 정반대로 밤나무골 최 서방네 집은 식구도 적은데다가 논밭이 많아 살림이 넉넉했는데도, 어느 하루 조용한 날이 없이 다투는 집이었습니다. 최 서방네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화난 고함 소리와 우는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부자면 뭘 하나? 저렇게 싸우고 울고불고하는 집안은 불행한 집안이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어느 날 최 서방은 박 서방네 집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당신네 집은 모두 정답고 의좋게 지낸다는 소문이 났는데, 어떻게 하기에 화목하게 지내는지 좀 가르쳐 주시오."
그러자 박 서방은 겸손하게 대답하였습니다.
"뭐, 별로 남에게 알려 드릴만한 일은 없는데요……."
최 서방은 일부러 찾아온 이상 꼭 그 비결을 알고 가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졸랐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화목하게 지내는 방법을 좀 일러 주시오."
이때 밖에서 박 서방네 어린 아들이 소리쳤습니다.
"저런, 저런! 소가 보리밭에 들어갔어요. 보리를 마구 뜯어먹고 있어요."
그러자 박 서방은 물론 온 집안 식구가 보리밭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가서 보니 집 앞 보리밭에 소가 들어가 보리를 마구 뜯어먹고 있다가,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놀라 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보리를 짓밟고 있었습니다.
박 서방네 식구들은 보리밭을 짓밟고 있는 소를 간신히 붙들어 외양간에 끌어다 매었습니다.
이제 틀림없이 야단이 나겠지. 누군가 호되게 꾸중을 듣게 될 거야.하고 최 서방은 박 서방네 식구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서방이 식구들을 보고는 말하였습니다.
"허, 그거, 아침 일찍 내가 소를 풀밭 나무에 매 두지 않았기 때문이야. 내가 실 수를 했어."
그러자 이번에는 아들이 말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점심 때 풀 많은 뒷산으로 소를 몰아다 놓았어야 하는 걸 그랬어요."
이 때 냇가에서 빨래를 해 가지고 오던 며느리가 또 말하였습니다.
"오늘따라 빨래하기에 정신이 팔려서 소 걱정을 하지 못한 게 잘못이었어요."
최 서방은 한 가지 일의 책임을 서로 자기가 지려고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한 집안이 즐겁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귀중한 비결이라는 것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 최 서방네 집도 박 서방네처럼 평화스럽고 즐거운 집이 되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시간
-박 서방네 집안이 화목하게 지내는 비법은 무엇인가요?
-우리 집이 더욱 화목하게 지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