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효행

부평정보고등학교

3학년 양 소 영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에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으셨는데,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이혼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1년 정도 친할머니가 사시는 경상남도 산청에 가서 있게 되었고 다시 인천으로 오면서 아는 언니의 도움으로 조금씩 집안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는 없지만 아빠와 동생이랑 같이 살게 되어서 좋았다. 그러나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만 하는 것이 너무 힘겨웠다. 그 때 나의 일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빠와 동생을 깨우고, 밥 차리고, 집안 정리를 한 후에는 정신없이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다시 집안 청소며 빨래 등을 하느라 또래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힘들게 일하시는 아버지가 힘들어 하실까봐 열심히 하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내 몸에 이상이 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라서 ‘금방 낫겠지’ 하며 넘기곤 했는데 결국 인천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쓰러지게 되었다. 일어나보니 병원이었고 옆에서 동생이 울고 있었다.

우는 동생을 간신히 달랬지만 아빠가 병실로 들어오더니 막 화를 내셨다. 그 때 나는 대수롭지 않게만 알았는데 퇴원 후 집으로 와서야 아빠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가보니 아빠가 혼자서 울고 계셨다.

그제서야 내가 간질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마음속에 슬픈 마음이 가득 차서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아빠를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은 집안일을 하는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 내가 진짜로 아빠를 도와드리는 것은 내가 무리를 해가면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무리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집안일도 조금씩 동생과 나눠서 서로 도와가며 일을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질병은 쉽게 낫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무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졸리고 어지러웠고 자주 쓰러져서 아빠가 일을 하는 도중에 달려와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 이유는 내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내가 먹는 약은 그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독하고 써서 하루 이틀 먹지 않다보니 자꾸만 병이 더 심해진 것이다.

우리 아빠는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신다. 하지만 나는 아빠가 많이 외롭고 힘들어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아빠가 나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고생을 하셔서 나는 그 때마다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곤 했다. 그래도 아빠 옆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끝까지 아빠를 지켜드려야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아빠가 여자 한 분을 소개 받았는데 그 분이 바로 지금의 새엄마이시다. 아주 예쁜 분이셨고 아빠가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내 기분도 좋아졌다. 나는 아빠가 좋아하는 분이고 그래서 이젠 아빠의 외로움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두 분의 재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하지만 두 분은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서 싸움이 잦았고, 동생도 새엄마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빗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고등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처음에는 늘 혼자였기 때문에 외로웠고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같은 반 친구의 도움으로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닫고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리고 내 건강이 좋아지면서 늘 다투시던 부모님도 다시 사이가 좋아지셨고 2학년 겨울방학 때 주유소에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이런 힘든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마음만은 꼭 부모님께 선물을 드릴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였고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기쁘기만 했다. 또 주유소에 오시는 손님마다 늘 내가 활기가 넘치고 인사성이 바르다며 잘 대해주시고, 같이 아르바이트 하는 오빠와 언니들도 잘 챙겨주어서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고 사회생활의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어느 사이 한 달이 지나고 월급을 받게 되었다. 월급을 받으니 내 가슴이 너무 벅차올랐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할까 이것저것 생각 차에 화장품 아줌마가 찾아오셨다. 화장품 아줌마는 엄마가 예전에 화장품을 사셔서 대금을 받으러 왔다고 한다. 그때 나는 월급의 일부를 화장품 아주머니께 지불했다. 월급으로 어머니께 첫 선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집안 용품을 사고, 부모님 두 분에게 작은 선물을 해드렸다. 너무 너무 보람찬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선물을 받고 기뻐하실 모습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주유소에서 일한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친구와 만난다거나 도서관에 갔다 오겠다는 거짓말은 아직까지도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미안하다.

이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지만 나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노력하면 언제든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고 나 자신도 보람 있게 살 수 있다는 마음도 생겼다.

어버이날을 기해서 부모님을 생각해 본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싶다.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싶다. 당당하고 인정받는 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하늘보다 높으신 부모님 은혜!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