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어 좋아요

인천박문여자고등학교

1학년 김 세 미

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엄마와 고등학교 3학년인 언니랑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제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어렸을 때 이혼해서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저희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신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저하되어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음으로써 거의 모든 장기에 이상이 생기는 성신부전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번 병원에 가셔서 투석을 하시는데 5시간 정도 피를 걸러내십니다. 피를 걸러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몸이 붓고 속이 울렁거리는 답답함 때문에 금방이라도 뛰쳐나오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나랑 언니를 생각하며 그 고통을 이겨내신다고 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 학교에 갔다 오면 엄마는 힘들어서 늘 누워계셨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뒷바라지며 가사노동일은 제 몫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를 도와 드리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밥을 짓는 건 기본이었고 빨래며 자질구레한 집안일도 제가 도맡아서 했습니다. 언니도 있지만 언니는 고등학생이라 공부 때문에 집에 늦게 왔습니다. 한번은 엄마가 길을 건너다가 두통 때문에 쓰러져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것을 목격하고 차도로 달려가 엄마의 소중한 목숨을 구한 적도 있고, 엄마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늦은 밤에 응급실을 가기도 하였습니다. 또 엄마 몸에 발작과 함께 마비가 와서 갑작스럽게 입원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주로 제가 엄마 간호를 하고 집안일을 돌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혼한 아빠 생각이 많이 나기도하고, 힘들 때 내 옆에 없는 아빠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빠는 내 마음에 큰 상처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아빠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러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힘을 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제 옆에 엄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엄마는 그런 저를 보고 늘 막내딸을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딸이지만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픈 엄마라도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엄마가 있기 때문에 내가 힘을 내서 열심히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는 공부 때문에 집에 늦게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모자라 엄마를 도울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집에서 아픈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엄마에게 짜증냈다고 씩씩거리며 학교에 올 때마다 저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보지 못해 괜한 짜증을 부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게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나도 친구들처럼 엄마한테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짜증을 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너무 아프셔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엄마를 위로해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들 때도 있고, 울고 싶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용기와 희망을 가지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제가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과 학교에 와서 좋은 선생님들께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을 하다보면 물을 만지는 일이 많은데, 한번은 학교에 갔더니 제 손가락에서 껍질이 벗겨지는 것을 보고 친구들이 장난으로 주부습진이라며 놀린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제 사정을 모르고 장난으로 말했지만 그 한마디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손이 예쁜데 난 왜 손가락에서 껍질이 벗겨질까, 왜 난 엄마가 아파서 내가 집안일을 해야만 할까 원망을 해보고 짜증도 내보았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처럼 마음을 바꾸었더니 짜증낼 일도, 원망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픈 엄마를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엄마, 아빠에게 짜증내며 원망하는 친구들에게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게 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어려운 상황이나 가난하다고 느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려운 만큼 나와 내 가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처지만 원망하기 전에 ‘남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하다고 부끄러워하거나 힘들다고 원망하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과 같습니다.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만족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산다면 그 어떤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위 사람들이나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서 기품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생활이 힘들어서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왔느냐고, 그 용기로 다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보라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고 행운인지 모른다고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어떨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행복해질 것입니다. 어색하고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면 가까운 곳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로원에 가서 어르신들께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꼭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나 튀기 위해 무엇을 하기 보다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고 그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는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효는 무한합니다. 하면 할수록 행복해지고 어디로 버려지거나 없어지거나 지워지지 않습니다. 한번 효를 행하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이런 효가 반복이 된다면 식구들 모두 행복해질 것입니다.

저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학교와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슴깊이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성격은 밝고 활발하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하루하루 뜻 깊게 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 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제 마음도 행복해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엄마는 몸이 많이 아프십니다. 그래서 힘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있어서 나는 좋아요. 제게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